일본 내에서 에이스급 투수의 이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다.
미국 진출, 혹은 일본 복귀와 관련한 잡음이 여전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포스팅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 중이다. 그러면서 “한국(KBO)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가장 큰 논란의 인물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우와사와 나오유키(31)다. 그의 원 소속팀은 홋카이도 니폰햄 화이터즈다. 그런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년을 보낸 뒤, 작년 말 일본으로 복귀했다.
돌아와서는 친정 팀(니폰햄)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곳 시설에서 개인 훈련도 소화했다. 하지만 정작 계약은 엉뚱한 팀과 맺었다.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기로 한 것이다. 4년간 10억 엔(약 93억 원)의 거액을 받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화이터즈 팬들의 크게 실망한다.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오랜 육성 과정을 거쳐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진출(2024년 1월, 탬파베이 행) 때는 박수로 보내줬다. 이적료는 겨우 6250달러(약 9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정작 NPB 복귀는 라이벌 구단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와 니폰햄은 지난 시즌 1, 2위를 다투던 퍼시픽리그의 경쟁자다.
게다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비슷했다. 우완 아리하라 고헤이(32)의 케이스다. 니폰햄 출신인 그는 포스팅 시스템을 이용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2021~2022년)했다. 그리고 돌아올 때(2023년)는 행선지로 후쿠오카를 택했다.
신조 쓰요시 화이터즈 감독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편치 않은 속내를 밝혔다. “(우와사와의 이적은) 슬프고, 유감스럽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가는 것은 프로의 당연한 선택이지만, 미국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가 복귀하면서, 소프트뱅크로 가는 흐름이 계속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KBO)이라면 이런 문제는 원천 봉쇄된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진출할 경우, 복귀할 때는 원 소속팀이 권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류현진, 김광현, 박병호 등이 그런 예다. 또 김하성, 이정후, 고우석, 김혜성도 앞으로 그래야 한다.
반면 일본(NPB)은 다르다.
돌아올 때는 일종의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취급된다. 행선지에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와사와나 아리하라가 규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1~2년 정도 미국을 다녀오면, 홀가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실제 FA보다 운신의 폭이 훨씬 자유롭다. 원 소속팀에 대한 보상 규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우와사와 케이스가 더 큰 분노를 유발한 것도 이 점 때문이다. 장기간 육성을 통해 키워냈지만, 원 소속팀에게 남겨진 것은 포스팅 금액 900만 원이 전부다. 파워볼사이트
만약 FA 이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소프트뱅크는 니폰햄에 선수 혹은 현금을 보상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를 두고 ‘우와사와식 FA’라고 부르는 이유다. (NPB도 KBO처럼 A, B, C 등급별로 FA 영입을 보상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 방식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유력 언론 주니치스포츠는 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이렇게 전한다. ‘한국 언론 OSEN 등에 따르면 한국 포스팅 시스템은 해외에서 복귀할 때 원 소속 구단과만 계약할 수 있다. 그리고 4년을 뛰어야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SNS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연이어 나온다. ‘우와사와만 욕할 수는 없다.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그것만큼은 한국을 배워야 한다. 당장 KBO 방식을 연구하라.’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와사와의 경우만이 아니다. 사사키 로키(23)의 예도 마찬가지다.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나와, MLB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행선지 선택이나,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하는 과정에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비판이다.
이 문제는 작년부터 시끄러웠다. “보내 달라”, “아직 이르다”의 논쟁이었다. 이를테면 ‘자격’에 대한 시비다. 구단은 “입단한 지 몇 년 됐다고…”, “팀에 기여한 것도 별로 없는데…”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야말로 애지중지한 유망주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휴식이 우선이다. 규정 이닝 언저리도 조심스럽다(4년간 평균 98이닝). 25세 이하면, 이적료도 크게 제한된다. 그런데도 입단 4년 차에 벌써 들썩거린다.
마찬가지로 한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의 경우 입단 7년 이상으로 못 박았다. 그전에는 구단의 (포스팅) 승인이 KBO의 재가를 얻지 못한다. 즉, 한미 협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일본은 연차 규정이 없다. 구단이 승인하면, 관계없이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 미일 협정에도 이를 제한할 조항이 없다. 오타니 쇼헤이가 5년을 마치고 떠났고, 사사키가 4년 차에 미국행을 요구한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NPB의 규정을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수의 이익, 구단의 자율성을 더 폭넓게 보장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종종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요즘 들어 더 그렇다. 해외 진출이 활발한 추세에는 문제가 더 부각된다. 일각에서 “이러다가 일본이 MLB의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에 찬반은 갈릴 수 있다. 다만, 지나친 논쟁과 혼란은 곤란하다. 괜한 감정 소모는 불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이 확산 중이다. 그러면서 ‘한국형 포스팅’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